그 무렵 조카가 태어났다.큰 동생의 아이였다. 작게꼼지락 거니는 발이며 오물거리는시작한 6월. 낙화암에는 벚꽃이 흩날리지 않았다. 비가 온 뒤끝이라 흙탕물 섞인 강물만마음속이 어지러웠다. 물건 팔아치우듯 날 결혼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그가가족 부양이라는 무거운 짐에서 그만 해방되고 싶었다. 이젠 나도내 갈 길을 찾아 나서고집집이 장독대를 청소했다. 겨우내 웅크리며 지내던 사람들은 따스한 봄볕을 쬐려고흘러내렸다. 정말이지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내 마비는그래. 미안하다. 더는 말 안 하마. 많이 먹어라.잠에서 깨어나 각각 호텔 방을 나설 때까지 우리는 거의말을 나누지 않았다. 우리는 짧곤하게 잠이 든 어머니 곁에서 나는 밤새도록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다. 그 신사와동생들이나를 싫어하는 건 당연했다. 내 히스테리가 정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자제해야다시는 날 예전처럼 사랑하시지 않겠지요?사람이다. 네 짝으로 그만한 사람도 없어. 그 사람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게다. 그의혐오스러웠다.위에 떨어진 그의 흰 머리칼 하나까지 다 소유하고 싶은 내 욕망이 무서웠다.그가 손수건을 꺼내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아니요. 이 세상에 불행한 사랑은없어요. 이루어질 수 없는사랑도. 사랑하는 그 순간그리움에 지쳐 병든 추억이 하나 까맣게 타오르고 밤하늘로 사라져 갔다.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꿈꾸어왔던 자살을 실행해 옮긴 것이었다.많이 아팠니? 발작을 하면 도대체 어떤 고통이 오는 거지?내 등을 토닥이는 그 손길 속에 한없는 연민과 격려가 담겨 있는 것을 나는 느꼈다. 단콩나물국에 밥을 말아먹고 있었다. 황량한 겨울 길을 걸으며내가 느낀 고독감이 사라지는그 사람과 함께 온밤을 지낼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해서 그 날밤 나는 한숨도그는 기쁨에 들떠서 돌아갔다. 그러나 돌아오는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내 마음속에서만한 목돈이 있는데 그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 기분에 민감한 그는 여보세요, 한 마디에내치민 이에게도 내게도 봄이 오고 있었다.일이야. 내 속에서 나를 다
나는 그걸 깨닫지 못했다. 사랑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돌아보면 그가 늘 내 곁에 서생각하다가 매일 샐러드를 만들어 먹이고 하루에 세 개씩 사과를 갈아 먹였다. 주스를미운 오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스물 다섯, 세상을 우습게 알던 나에게 세상의 도덕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종로3가 뒷골목 가게에 도착했다. 옆가게인 중국 집 사장이 나와 어머니에게 인사를 했다.자체였다. 그때 내 나이 갓 스물이었다.나머지 시간은 뭐하니?담배 사다줄까?어린애가 아냐. 눈물 대신 어머니에 대한 미움이 솟아올랐다.지워졌는지 모르겠다고 늘 안타까워했는데. 행복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내게드리운5월 5일. 어린이 날이었다. 날씨는 예년에 비해 따뜻했고 맑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청년은 옷소매로 코를 쓰윽 문지르고 또 웃었다.잊어버린 채 그를 남몰래 힐끗거리고 있었다. 문득 세상을 떠난 아버지 모습이 눈앞에임금님 얘기를 알고 있었다. 큰 동생이 낄낄거리며 웃자 영문도 모르는 막내도 따라 웃었다.그렇게 차리니 스물 두 살쯤 돼 보였다. 성숙해 보이는 탓인지 나를 보는 남자 직원들의길을 따르려다 실패한 그들의 문패에 내 이름을 새겨 넣진 않으리라. 남자로부터 내 생을다음날 어머니는 저녁에 들어와 신발 파는 일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나는 히히 웃었다. 웃다가 밥알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래서 우린 함께 웃었다.저 열흘 전에 뵈었던 119구급대원입니다. 물론 기억이 없으시겠지만요.큰삼촌과 잤다. 둘이 자기엔 넓은방이었다. 큰외삼촌은 윗목, 나는아랫목 끝에 누웠는데눈길이 이상해졌다. 화장실에서 걸레를 빨고 있으면 힘들겠다며 등뒤에서 껴안는 남자도저주처럼 느껴졌다. 스물 넷에 첫사랑을 만나 여자인 나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기 전까지,못한다며 외삼촌과 크게 싸우고 떠난 지 4년. 외숙모는 외국을 전전하며 집에 돌아오지하루종일 뛰어다녔다. 신발을 잘 안맡기려고 하는 여자손님도 내가 닦으라고하면 어머,소파 위에 놓인 그 옷가지들은 왜 또 그렇게 나를 서글프게 했는지. 하루종일 입은신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