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왜 아까 백제의 왕과 세자가 성음이란 일본인에게 기생해서 살았다고 설명을 한 것입니까?지체가 높고 생각이 고상하신 분, 도가 절로 트여,이들이 그럴 정도까지 영향력이 있다는 말입니까?두 사람이 나가고 난 후 상훈과 올가는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갔다. 올가는 역시 하나의 방만을 빌렸다.“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어쨌거나 저는 대답을 했지만 하야꼬 씨는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든 오늘 이 순간은 잊지 않갔습네다.상훈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학에서 그림을 금고 속에 보관하고 있다가 사람을 가려가며 보여준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그분이 연구하던 것이 무엇입니까?앞으로의 동북아를 끌어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깊고도 강한 면모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오?혹시 고구려 때부터 여기 살던 사람은 없을까요?경비원이 지친 야마자끼에게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그때까지도 넋을 놓고 있던 야마자끼는 경비원이 내미는 봉투를 빼앗듯이 낚아챘다. 편지였다. 야마자끼는 마치 편지 안에 가즈오가 살아있기라도 한 것처럼 다급한 손길로 접혀진 편지지를 펴고는 읽어내려갔다. 불빛에 비친 야마자끼의 눈동자가 좌우로 몇 번 구르더니 고개가 푹 꺾이면서 입에서는 신음인지 비명인지 분간 못할 괴성이 흘러나왔다.다른 구절들이 모두 부드럽고 때로는 서정적인 것에 비해 이 구절은 섬뜩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상훈은 이와 관련된 구절이 또 있는지 나머지 책장들을 열심히 살폈지만 관련이 있어 보이는 구절은 한 군데도 없었다. 수첩이나 노트가 있으면 좋았겠지만 서가에 꽂혀 있는 것은 모두 책 뿐이었다. 더 이상 참고될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 상훈이 마지막으로 책꽂이의 오른쪽 맨 끝에 있는 책을 펼치는 순간 책 속에서 무엇인가가 밑으로 떨어졌다. 집어들어 보니 빛바랜 사진이었다. 사진은 두 사람의 남자가 한 사람의 여자를 사이에 두고 찍은 것이었다. 상훈이 찬찬히 들여다보니 한 남자와 여자는 매우 닮은 것이 첫눈에도 남매라는 것이 느껴졌다. 두 남자는 학생복을 입고 있었는데 짐
박 선생, 푹 쉬었소?그러나 상훈의 상상은 순조롭게 이어지지만은 않았다. 하야꼬와 같이 걷는 하얀 길의 저편에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헬쑥하고 파리한 얼굴이었지만 예리한 눈초리를 지닌 젊은 사람의 모습이 가까이 다가옴에 따라 차츰 뚜렷해지는 윤곽을 더듬던 상훈은 나지막이 소리를 질렀다.상훈의 이 질문에 사나이는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과원 대학교관 촉탁, 종7위 아소가와 겐지(아소천현지)반장님의 도움이 컸습니다.천리대에 있어요.채무증서나 확인증 같은 것의 밑에 날짜를 적지 않습니까? 한 장의 두꺼운 카드인 것으로 보면 일기일 리도 없구요.“안되시면 제가 미안할 것 같아요.”돌아오는 대로 전화를 해주게.한 마디로 중국에서 평등을 바랄 수는 없다는 얘기였다.모순, 이것은 모순이다. 공해와 탐욕에 찌든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깨끗한 인간이 되어 살자는 천리교에서 남의 나라에서 약탈한 문화재를 지하실 금고 속에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은 교리의 왜곡이 아닌가.아마 무슨 사정이 있었던 것 같소.야마모도 서장은 주임이 동료형사들을 보고 놀란 것은 대동아연구소에 대한 발설을 하기 직전이었기 때문이지 않겠는가고 생각했다. 주임은 연구소 사건으로 닛꼬의 서장에게 압력을 받고있었을 터이므로 동료들에게 그 장면을 발견당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겠느냐는 얘기였다.그 학생도 웃긴 웃더군요. 그런데.있을 수 있는 메모가 아닌가요?그래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이렇게 죽어갈 수는 없다 하고 기차에 오르지 못하겠다고 버텼지. 그런데 총칼 앞에 어떻게 할 도리가 있어야지. 결국은 다들 다시 기차를 타고 그 놈들이 부리는 데로 내렸는데 이놈들이 우리를 한 곳에 모아주는 것이 아니라 온 데 흩어놓더란 말이야. 우즈백, 까작, 키르키즈, 타지크, 투르크멘 할 것 없이 그 넓은 지역에 우리를 조금씩 떼어놓고는 공민증에 거주지 제한이라고 도장을 찍어 버리니 우리가 꼼짝을 할 수 있어야지. 그 얼어붙은 땅을 아무런 도구도 없이 맨손으로 파면서 벼를 심었지.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