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밝히고 어지러진 것 치워라.더구나 사냥을 나가 말을 타고 달리며 갑자기 땀을 내고 또 짐승을 쫓느라 야심한 산속을 헤매는 일들이 다 몸의 준비행위 없이는 조심해야 할 행동올시다. 게다가 한기를 쫓느라 술을 마시는 것은 잠시 몸을 따습게 할 순 있으되 술이 깨면 더더욱 한기가 심해지니 산속에서 한기를 술로 쫓으려 한 것이 실수였습니다. 그리고 도성 안에 왜적이 닥쳐 어떤 불측한 일이 내 집안에 들씌워진다 해도.1,892종에 이르는 동, 식, 광물의 약효를 망라하리라는 이시진의 방대한 본초강목이라는 소문을 다시 머리에 떠올리며 그에 필적하는 조선의 조선 사람을 위한 상상 속의 대저를 꿈꾸며 허준은 다시 한번 동의라는 말을 머릿속에 뇌었다.. 자꾸 침만 찌르고 . 정말 오늘 해 안으로 낫긴 낫는 겁니까?그러나 분노해본들이요 한탄해봤자다.양예수의 발밑이 휘청했다.그걸로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서장관 이동형께 아뢰어 남 먼저 입궐해 가며 허준과 이공기가 이명원에게 물었다.9허준이 외쳤고 미사도 막 꿈에서 깨어나듯 사라져가는 불빛을 보고 있었다.그렇다면 좋은 일을 하셨소. 허나.과장이 아니라 제가 직접 목격한 일과 확인한 일들만 골라 말씀드렸습니다.왜?비록 그 허준 들처럼 목숨 걸어 촉진의 모험까진 안 겪은 의원들일지라도 그 허준이 구성한 일단의 단원이 된 사실로도 자랑을 삼고 이도 저도 끼이지 못하고 운 좋게 뒷전에 남았노라던 비겁자들까지도 이젠 성예를 드높인 내의원 의원이노란 것을 내세우고 각처에서 수집된 병의 양상을 내 눈으로 본 듯이 떠벌리며 자랑을 삼았다.이 기회에 양예수의 내의원에서의 독선과 그가 약삭빠르게 쌓아올린 어의의 허상을 허준을 통해 깨부수고 싶은 것이다.너 같은 자를 다스리는 전례가 있느니라. 썩 날 위에 손을 놓아라!순간 방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두 키도 세 키도 넘을 굉장한 눈더미 속으로 이어간 검은 장성의 성벽의 끝을 쫓던 이공기가 시선을 거두어 허준을 돌아보았다.초조해하는 공빈의 안색을 대신 읽고 있던 지밀상궁이 재촉했다.물론 본인도
하오나!말은 부드러웠으나 공빈의 눈및은 차고 엄정했다.다섯 달 전 사행을 떠나면서 본 그녀의 모습, 완연히 불러온 배를 안고 세상 더없이 행복해하던 그녀가 지금 곡성에 묻혀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아연해서였다.닷새면 족하리라. 그렇게 암산된 병세일지라도 일단 뱉어버린 날짜는 병자와 그 가족에게 절대적인 기간으로 기억되고 만다.이명원은 정말 급한 공무로 나온 듯이 소매 속에서 찾아온 용건과 상관도 없는 파지가 된 약방문을 꺼내 저만치 더 이상의 범접은 허락치 않을 눈으로 서 있는 노상궁의 의심을 얼버무렸다.남편의 말에 딸 숙영이가 대답했다.자조도 농담도 지운 이공기의 말이었다.예기치 못한 방문일 것이다. 그리고 한낱 말단 관원의 입에서 꺼내는 간청이기엔 너무나 당돌한 것이다.충성을 가장이란 무엇이고 운이란 무어요! 운 따위에 맡겨버려 둘 물건이오니까! 운이 우리에게 따르는 쪽이면 이 전쟁이 왜 터진단 말씀이오! 난 운을 믿고 그냥 놓곤 못가!혜민서 제조 정종영을 만나고 돌아오며 정작은 우울했다.그 말 이전에 미사가 허준의 뒤를 급히 따랐다.한양뿐이 아니지. 아미 더 남쪽까지 자꾸 번지고 있다 여겨 틀림이 없을 게요.노회한 양예수는 그렇게도 생각했다.어차피 오가고 5개월의 노정이다. 갈 때 추위에 당하는 고생을 무릅쓰면 돌아오는 귀로는 춘삼월이니 귀로의 편안함으로 가는 길의 고생은 달가이 겪겠노라는 말과 함께.이명원이 문득 그 말을 하고 앞장서 뜰 저쪽 연못가로 향했다.죄지은 기억이 없는데 자복이란 어인 분부시온지 .?왜오니까!나직나직 애써 위엄을 내세우는 평소의 어의답지 않았다. 그 양예수의 떨리는 손가락이 세 사람의 반항 어린 눈빛을 하나하나 꼽았다.아니 대신들의 그 피난 도주의 의견의 일치 이전에 이 급보는 고관들의 채비를 메고 따라나와 있던 집안것들의 달음박질에 의하여 북촌 양반골로 전파되었다.그 노모는 보고 있었다. 아내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딸도 . 그 허준이 이틀 사흘 눈을 붙이지 못한 시뻘건 눈속을. 그리고 불타는 대궐에서 달려나온 그 몇날 며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