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체를 보고도 미쳐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날카로우시군요. 그럴지도 모르죠.][시간이 없었다?]국발이 문을 밀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그가 돌아보자 계단 밑에 무엇인가를 든 여자가 서있었다. 자세히 보니, 여자가 들고 있는 것은 커피 배달용 쟁반을 싼 보자기였다. 아마도 다방아가씨인 듯 싶었다.[세상을 마음만 가지고 살 수 있나]아이는 들고 있던 낡은 잡지책을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 허리춤에 끼고 나서 진숙이 건네주는 커다란 가방을 양손으로 받아 들었다.[커피 시킨 적이 없는데][공사는 어느 정도 진척이 되었죠?]최 반장과 조 형사는 자동차에 올라타며 경광등을 켰다. 시간은 벌써 저녁 6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T방송국까지는 빨리 가도 30분은 족히 걸릴 터였다.[빨리들 오셨군요.]프롤로그아내가 뭐라고 하는 것 같았으나 그 소리는 알아들을 수 없었고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한 10톤, 11톤]방송국의 출입구에는 많은 경비원들이 있었다. 그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한 경비원이 그녀를 막아섰다.[빌어먹을, 젠장!][저희들이 반장님을 찾아온 이유도 바로 그 것 때문입니다. 혹시 누나에 대한 새로운 단서라도 발견된 것이 있나 해서]진숙은 건성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가은의 말이 과장된 것임은 잘 알고 있었다. TV광고라고는 하지만 대사도 한마디 없었고, 다만 반나체의 몸으로 세숫비누를 들고 서서 잠깐 빙그레 웃는 장면뿐이었다.[놈은 결정적인 증인을 죽였지만, 그 증인을 죽이면서 또 단서를 남겼지. 언제나 그렇듯, 범행을 하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는 범인이 움직여야 되는데 그러자면 또 다른 증거가 생기게 되는 거지. 때문에 완전범죄란 없어. 다만 여기저기 널려 있는 증거를 우리가 못 찾아내고 있을 뿐이야.]최 반장은 그녀가 출현했다는 드라마의 이름과 스텝 몇 명의 연락처를 수첩에 적었다.유가족들의 통곡소리가 분향소로부터 부검을 하는 곳까지 계속해서 들려 왔다. 그 중에서도 한 여인의 통곡소리가 유별나게 컸는데 아마도 변사자의 어머니일
깨져서 산산이 흩어진 얼음조각 위에 엎드려 벌벌 떨고 있던 여자 사회자는 이미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녀는 진숙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은의 팔을 억지로 끌고 출입문 쪽으로 나갔다. 그러나 가은은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갖은 몸부림을 쳐 대고 있었다.첫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송은혜는 서툰 티가 나지 않았다. 고음이 아니면서도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특색 있는 말투는 단번에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충분해 보였다. 특히, 얼굴에 나타나는 개성 있는 표정은 누구라도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보고 싶어할 무기였다.운전을 하던 경호원이 메뉴판을 들여다봤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과 얼굴이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세준이 안으로 들어왔다.[넌 이름이 뭐지?]그때 다시, 경찰의 신경을 건드리는 신문기사가 나왔다. 머릿기사는 [경찰, 원점부터 다시 수사] 였다.수사관 중에 가장 고참의 대답이었다.[저는 그런 사건이 있었는지 어제까지는 알지도 못했었습니다.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안 것은 오늘 아침 공중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거기에 놓여 있던 때 지난 신문을 보고 우연히 알게 된 것이구요.]최 반장은 먼저 가장 좌측에 설치되어 있는 수조로 달려가 그것의 옆에 달려 있는 수위계를 통해 안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이상 없다는 생각이 들자 다음 수조로 달려갔다. 그 수조도 별 이상은 없었다. 그러나 맨 마지막의 수조는 물이 오랫동안 고여 있음으로 해서 미생물의 이상증식으로 생긴 적조현상처럼 내용물이 모두 시뻘건 했다. 그것이 방화수 전용탱크일 터였다.[진숙아, 진숙아! 같이 도망가자, 제발! 네가 가는 곳이면 지옥이라도 따라갈게. 응?]김종인은 남들이 듣는데서 할 얘기가 아니라는 듯 그들을 대리고 복도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갔다.갓 떠낸 치형을 들여다보던 전문가가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다시 몇 개의 다른 치흔을 골라서 치형 뜨길 시도했으나 별 진전은 없었다.[반장님, 이것 좀 봐주십시오.]어느 날 오후, 검게 그을린 얼굴로 밭에서 돌아오던 진숙은 개미가 줄을 지어 높은 곳으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