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것은 시의 시작 부분에 불과했다. 지금까지는 이상이 설계한 건축물의 굳게 닫혔던 문을 열고 입구에 들어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끼기기긱 끼기기기긱.“이번에 틀림없는 거야? 지난번처럼 또 허탕치는 건 아니겠지?”@p 49“윽, 이봐 갑자기 멈추면 어떡하나?”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건우는 나무를 나타내는 붉은색 모서리를 향해 달려갔다.“그곳이 우리 나라란 말인가?”“그렇지만 그에게 부원들이 조사한 자료를 전해 줘야 하지 않았습니까?”어차피 일주일 안에 해치울테니.“살해되기 직전 범인에게 납치되는 장면이에요. 정말 중요한 단서죠. 그런데 문제는 사진을 보낸 발신인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질 않았어요. 그래서 찾아온 거예요.”하지만 마지막까지 괴물의 눈을 그리는 사람은 없었다. 어린 나이에도 눈이란 존재는 모든 동물의 영혼과 관계되어 있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거의 다 완성된 괴물에게 눈을 그려 넣으면 금방이라도 스케치북에서 뛰쳐나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 언제나 눈은 맨 마지막 순번의 친구가 그려 넣어야 했다.놀라운 일이었다. 아니 기막힌 일이었다. 우리는 놈들이 반세기전에 만들어 놓은 거대한 음모의 지뢰 위에서 몇십 년을 살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음모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그런데 할아버지, 428에 19번지로 가려면 어떻게 가면 되겠습니까?”“그럼 그렇지. 내가 누군데”“뭔가 있는 것이 분명해. 앞으로 특별히 수사에 협조를 해주었으면 좋겠어.”녀석은 이제 문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놈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될 것은 뻔한 일이었다. 어떻게든 집을 빠져나가야 했다. 하지만 정문 이외에 달리 밖으로 빠져 나갈 수 있는 통로는 없었다. 대문의 손잡이가 돌아가고 있었다.12.시계문자반에7에내리워진일개의침수된황혼문 형사는 방 안의 모든 불의 켜고 더욱 주의를 기울여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격투한 듯한 흔적이 보였다. 주의를 기울여야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흔적이 미미한 것으로 보아 격투는 단시간에 한쪽의 승리
덕희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지금까지의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문 형사는 아이스 티를 들이켰다. 상당히 시원했다. 부인은 황망한 표정으로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덕희는 노트북을 접고 방문을 나서려고 했다. 그때 방 안을 비추던 붉은 햇살을 가리며 복도로 난 창가에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것은 죽음의 사신만큼이나 불길하면서도 암울한 그림자였다.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시도해 볼 가치는 있었다. 어차피 그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는 것이다.추락하던 두 사람은 어둠 속에서 손을 뻗어 뭔가를 잡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허허험, 이봐 건우 군. 이건 말이지. 도저히”“이봐! 괜찮아? 이제야 정신이 드나 보군. 자네 발을 헛디뎠어. 덕분에 나까지 굴러 떨어졌다고.”“빌어먹을 자식!”덕희는 통조림을 도로 배낭에 넣고 밥을 그릇에 나누어 담았다. 그리고 둘은 묵묵히 밥을 먹었다. 덕희는 두 그릇을 순식간에 비웠고 서성인은 입맛이 없는지 반만 먹었다.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3시 50분.”“고 형사, 놈이 나타났다. 촬영장 바로 뒤편 건물이야. 놈이 골목 쪽으로 달려가니까 지금 당장 달려와!”그리고 그 뒤를 엄마로 보이는 뚱뚱한 아주머니가 쫓아가며 소년에게 주의를 주는 것이었다.감식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화된 사진을 내밀었다. 문형사는 안경을 끼고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사진에는 동그라미가 그려졌던 부분만 크게 확대되어 있었다.놈이 선글라스 너머로 문 형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놈이 총을 스르르 땅에 버렸다.문 형사가 달려가 닫히는 문을 막으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풀려났으며 우리들이 연재하던 거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은정부에 의해 삭제되었다. 덕희는 건축무한 육면각체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어쩌면 덕희는 원하던 진실의 세계를 찾고 그 진실과 함께 사라지고자 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면 그곳에서 빠져 나와 지구 어딘가를 여행하며 자신이 선택한 토우의 전설을 찾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결국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수료 후 출판사에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