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기사들은 일반 노동자들에 비해 불안 수준이 현저하게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준희 교수, 한국의학연구소 광화문센터 직업환경의학과 박성진 진료과장 공동 연구팀은 배달 노동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532명의 배달 기사를 일반 노동자 그룹 및 성별·연령별로 매칭한 육체노동자 그룹과 비교해, 배달 기사들의 불안 수준과 관련된 근무환경 요인을 조사한 것이다.
연구팀은 2020년 실시한 제6차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활용해 분석 대상자들이 지난 12개월간 경험한 불안 및 업무 관련성 불안을 분석했다. 근무환경 요인은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 ▲교대근무 간 짧은 휴식 ▲빠른 업무 속도 ▲화난 고객 응대 ▲법적 보호 부족 ▲일과 삶의 균형 등 다양했다. 분석 결과, 배달 기사들은 일반 노동자에 비해 유의한 불안을 느끼는 비율이 1.6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관련성 불안을 느끼는 비율은 2.17배 높았다. 또, 성별과 나이가 비슷한 육체노동자와 비교했을 때도 불안은 1.47배, 업무 관련성 불안은 1.80배 더 높았다.
용인 역삼 힐스테이트배달 기사의 불안 수준은 근무환경 요인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를 하는 배달 기사는 불안 수준이 6.56배로 가장 높았다. 이외에도 교대근무 간 짧은 휴식 시간(5.03배), 빠른 업무 속도(5.10배), 화난 고객 응대(3.28배) 등의 요인들이 배달 기사의 불안과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연구의 저자 이준희 교수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빠른 업무 속도, 휴식 부족, 감정 노동 등의 근무환경이 높은 불안 수준과 관련이 있는 것을 확인한 연구”라며 “배달 기사를 비롯한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보호 강화와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배달 기사의 정신건강의 위험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한국산업의료복지연구원이 배달 기사 36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33.15%가 중등도·중증 이상의 우울감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약 80% 스트레스 문제가 매우 심각했다.
당시 연구팀은 동료와의 상호작용이 제한되는 노동환경에서 알고리즘을 통한 통제를 받고 고객과 상점의 폭언에 노출되는 노동방식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내다 봤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직업환경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International Archives of Environmental and Occupational Health’에 최근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