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만난 숱한 말기 환자들은 조금씩의 차이는 있었으나 대체로 이러한 단계는 순차적으로 밟게 거짓말로 둘러댔다.천천히 휠체어를 밀었다.남편으로서의 그의 심정을 이해해주길 바라는것은 그의 억지였을까. 아니, 할 수 없을 것이었그래. 가능하다면 모른 척외면하고 싶어.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사랑, 아름답고도슬픈 사랑을다. 마치 결정을 내리라는 듯 거만한 자세라고 그는 생각했다.그는 수술 동의를 받을 때 이미 했던 이야기를 되풀이 했다.거의 두 달 동안의 여행에서 돌아온 그녀를 진료한 재석의 말이었다.아이를 달래고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재석도, 어머니도, 울다가 지쳐 아득히 정신을 잃었고, 깨어나 다시 울었몹쓸 백혈구가 잠시낮잠에라도 빠진 듯했고, 육체적고통이 잦아들자 그녀는 아주유쾌해진그는 깜박 잠이 들고 말았고 그녀의 말소리에 깨었다. 낮은목소리였고 그래서 더욱 귀를 기울재석은 새삼스레 하늘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날카로운 창처럼 눈을찔러와 재석은 얼른 고개를그녀는 부모로부터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후 허망하게 보낸 석 달에 대해. 차라리 일찌감치 여행을 떠났다면, 그녀는 더 많이 보고 더 많이그녀는 얼른 눈물을 훔쳐냈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미안해요.”심각한 고민을 털어놓았지만 다분히 유치한 감상의 일부였다.그녀는 꼬박 24시간 만에 깨어났다. 기적 같은 소생이었다.것이 아닐까.@p 117소장실로 들어서자 황교수가 자료를 내밀었다. 황교수가 세계 각국의지인에게 부탁해 얻은 백음성 종양을 제거해준 것이 인연이 되었다. 사곡댁은 젊은 시절부터아들 하나 두고 수절을 하였인데도, 그이는 꼭 그렇게 해주었어요.”미리 당부해두었건만 가네마루의얼굴은 밝지 않았고, 오히려세 준 쪽에서 호탕하게웃으며이 세상의 모든 사랑중에서 슬픈 사랑이란 없다. ‘슬픈’이란 표현이 적합하다면그건 이미천천히 언덕을 내려올 때, 새는나직하고 아름답게 노래하기 시작한다. 그는 버릇처럼 새의 노그는 그녀의 어깨에 한 팔을 두르고, 다른 한 팔로 허리를 감싸 힘껏 안
어댔다. 벌어진 입술사이로 새빨간 잇몸이 드러나 웃을 때면아이의 웃음 같지 않았다. 그래도“우리 한이 엄마 언제 죽게 되나요? 빨리 죽게 되었으면 좋겠어요.”결국 서희는 메리 여왕의 비극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해버렸다. 세준은 이야기를 듣는 동했다.할 때도 그저 스승이므로 부탁한 것은 아니었다. 스승의 은혜에대한 감사의 뜻으로 그들의 결혼“스코틀랜드에서 전문의를 따냈다는 소식 들었다.”@p 203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인어상을 보며, 안데르센의 고향인 오덴세를 돌아다니며그녀는 기뻐었다.재석의 웃음소리가 들렸다.“변명 같지만 민혁씨를 사랑했던 건 아니었어요.”그런지 묻고 싶었다. 그녀는 후자쪽이라 이해했다.밤샘을 하고 난 탓일까, 욱신욱신 두통이 몰려왔다.그때의 일이 언제인데 이제서야 눈치챘단 말인가.재석이 한동안 그를 뚫어지게 응시하더니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는 분명하게 다시 말했다.어쩌면 가장 소중한 순간에 그녀는그 말을 한 것이었다. 한 순간을 위해 오랜시간 예비해두스코틀랜드에 와서 받는 조국에대한 질문 중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침묵, 끝없는 침묵속에서 납작 엎드릴 일이었다.흉악스런 백혈구들이 방사선에 의해 일단 순을 죽이고있었다.폭풍이 불기 전의 고요와 같을‘아프리카의 별’이라는, 세계최대의 5백30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보며 그녀는경탄을 그칠미끼를 매달아 다시 낚싯대를 드리웠다. 물려도 좋고 안 물려도 좋다는 심사였다.4그녀가 빙긋이 웃으며 그의 등을 밀었고, 그는 재빨리 욕실로 들어갔다.대답은 했지만 다시 납덩이를 매단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졌다.별에게 길을 묻는 심정으로 그는 별을 바라보았고, 중얼거렸다.도 있었어요. 결혼이아주 불가능하게 느껴진 적도있었죠. 그러나 사랑이 변한적을 없었어요.그가 화난 사람처럼 무뚝뚝하게 말했다.로 쓸쓸히 생을 마감했던세계적인 동화작가. 슬픈 운명속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쓸수 있었던함께 거닐었던 곳을 그때와 같은 걸음으로 걸었다.했다.오래전부터 서희를 사랑했어요. 이십 년입니다.믿을 수 있겠어요?
